ChatGPT 계약서 검토, AI는 뭘 놓칠까: 세 번 시켜보고 뒤집힌 예상

“핵심: 세 번 시켜보니 ChatGPT는 거의 안 놓쳤어요. 놓치는 쪽은 요약을 대충 훑는 저였고, 그래서 프롬프트의 일이 달라졌습니다.”

계약서에서 큰 건 챙겼는데, 작은 조항에 당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 용역 계약 문서를 검토할 일이 있었어요. 금액, 기간, 업무 범위 같은 큰 항목은 당연히 챙겼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자동갱신의 통지 기한, 검수 처리 방식 같은 2순위 조항은 눈으로 분명 지나갔는데 머리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ChatGPT 계약서 검토를 시키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면 AI도 나처럼 큰 것만 잡고 작은 걸 흘릴까. 지시문을 바꿔가며 세 번 시켜봤고, 결과는 제 예상과 반대였습니다.

테스트 도구: ChatGPT(Plus 플랜) / 테스트 날짜: 2026년 7월 7일 / 같은 문서로 연속 실험.

실제 회사 문서는 기밀이라 올릴 수 없어서, 실제 계약서들의 전형적인 조항 구성을 재현한 가상 용역계약서(15개 조항)를 만들어 시연했습니다. 이 글의 상황은 실제 경험이고, 문서만 재현본이에요.

실험 설계: 정답지를 먼저 만들었다

재현 문서라서 가능했던 게 하나 있어요. 문서 안에 “나중에 문제 되는 조항” 9개를 심어두고, ChatGPT가 몇 개를 잡는지 채점하는 것.

심어둔 2순위 조항왜 조용히 문제가 되나
자동갱신 + 만료 30일 전 통지날짜를 놓치면 1년 자동 연장
검수 간주(7일 무응답 = 완료)바쁘면 하자 있는 결과물도 승인 처리
지체상금 1일 0.15%지연이 누적되면 금액이 커짐
하자보수 30일 한정31일째 발견한 하자는 무상보수 근거 없음
손해배상 상한(3개월치)큰 문제가 생겨도 배상 한도가 걸림
비밀유지 종료 후 3년 존속계약이 끝나도 의무는 남음
발주사 편의 해지 + 손배청구 불가한쪽에 일방적으로 불리
2차적 저작물 별도 협의저작권을 받아도 2차 활용은 미해결
관할 법원 지정분쟁 시 지리적 부담

지시는 세 단계로 올렸습니다. ① “요약해줘” ② “놓치면 안 되는 조항을 빠짐없이” ③ “내 점검표로 점검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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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지시, “요약해줘”: 예상부터 빗나갔다

저는 여기서 절반쯤 빠질 줄 알았어요. 아니었습니다.

“아래 용역계약서를 요약해줘” 한 줄에 계약서 전문을 붙였어요. 돌아온 건 12개 절로 정리된 요약이었고, 놀랍게도 심어둔 9개가 전부 들어 있었습니다. 자동갱신의 30일 통지 기한, 지체상금 비율, 발주사 편의 해지까지요.

그런데 요약 끝에 붙은 “주요 체크포인트” 표에서 흥미로운 걸 발견했어요.

ChatGPT 계약서 요약 응답의 주요 체크포인트 표, 자동 갱신이 네 글자로 압축된 화면

표의 계약기간 칸에는 “(자동 갱신)” 네 글자만 남았습니다. 위쪽 본문 요약엔 “만료 30일 전까지 서면 통지”가 있었는데, 표로 압축되면서 정작 실무에서 생명인 기한이 떨어져 나간 거예요.

실사용 후기 저는 긴 응답을 받으면 표부터 봐요. 아마 대부분 비슷할 거예요. 그날 표만 봤다면 “자동갱신이 있구나”까지만 알고, 30일이라는 숫자는 또 놓쳤을 겁니다. 예전에 실제 문서에서 놓쳤던 방식 그대로요.

그러니까 첫 번째 발견은 이겁니다. 요약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12개 절이 전부 같은 무게로 평평해서, 결국 내가 다시 다 읽어야 한다. 정보는 있는데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호가 없어요.

두 번째 지시, “빠짐없이 알려줘”: 여기서 예상이 완전히 뒤집혔다

솔직히 이 단계는 일반론이 나올 거라 예상하고 설계했어요.

“실무자가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조항을 빠짐없이 알려줘”라고 바꿨습니다. “손해배상 조항을 확인하세요” 같은 뻔한 답을 예상했는데, 조항별로 “놓치면 안 되는 내용 + 실무상 리스크”를 붙인 표가 나왔어요. 9개 전부에, 제가 안 심은 것(수정 2회 제한, 불가항력 통지 기한)까지 잡았습니다.

ChatGPT가 계약서에서 특히 위험한 조항 5개를 골라 정리한 화면

끝에는 “특히 위험한 조항 5개”를 스스로 골라냈어요. 자동갱신, 검수 간주, 편의 해지가 다 들어 있었습니다. 2026년 시점의 ChatGPT 계약서 검토 능력은, 적어도 이 정도 분량의 정돈된 문서에서는 제 예상보다 훨씬 위였어요.

그런데 결과가 좋아서 오히려 새 문제가 보였습니다. 이 목록이 “빠짐없이”인지 저는 어떻게 확인하죠? 제겐 대조할 기준이 없고, AI가 뽑은 목록을 AI에게 검증받을 수는 없잖아요. 이번엔 제가 정답지를 만들어놔서 채점이 됐지만, 실전에서는 정답지가 없는 게 문제의 본질이에요. 오늘 잘 나온 것과 매번 이 기준으로 나오는 건 다른 얘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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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지시: 점검표를 내가 줬다

그래서 마지막엔 방향을 바꿨어요. AI에게 중요도를 맡기지 않고, 내 기준을 줬습니다.

점검표와 조항 번호 인용을 강제한 ChatGPT 계약서 검토 프롬프트 입력 화면

프롬프트의 뼈대는 세 가지예요.

  1. 1순위(거래 골격)와 2순위(나중에 문제 되는 조항)를 나눈 점검표 — 2순위 목록은 제가 실제로 데어본 항목들입니다. 이건 AI가 대신 못 만들어줘요. 내 실수의 기록이니까요.
  2. 항목마다 조항 번호 인용 강제 — 응답을 원문과 대조할 수 있게.
  3. 없으면 “조항 없음”이라고 쓰게 강제 — 지어내는 걸 막고, 문서에 빠진 항목까지 드러나게.

결과는 항목별 표로 나왔고, 각 줄에 조항 번호가 붙었습니다. 마지막에 요청한 “서명 전에 상대방에게 확인할 질문 3개”도 조항 근거와 함께 나왔어요.

계약서 서명 전 상대방에게 확인할 질문 3개를 조항 근거와 함께 제시한 화면

다 좋았는데, 사람 몫이 두 군데 남았다

하나. 조항 번호는 전부 원문과 대조했어요. 이번엔 다 맞았습니다. 하지만 “대조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조가 가능해졌다는 게 이 포맷의 진짜 가치예요. 번호 없는 매끈한 요약은 검증할 방법 자체가 없거든요.

둘. 질문 3개는 좋았는데, 발주사의 편의 해지 조항에 대한 질문이 없었어요. 제가 “발주하는 회사의 실무 담당자” 관점을 시켰으니 합리적인 선택이긴 합니다. 그런데 뒤집으면, 수행사(을) 입장에서는 그게 최우선 질문이어야 해요. 관점 지정 한 줄이 조항 선별과 질문까지 바꾼다는 걸 여기서 배웠습니다. 같은 계약서라도 갑과 을로 한 번씩 돌려볼 이유가 생긴 거죠.

재사용용으로 굳힌 프롬프트

아래를 붙여넣고, 점검표의 2순위 목록만 본인이 데어본 항목으로 바꾸면 됩니다.

너는 [내 입장: 발주사/수행사]의 실무 담당자다. 아래 점검표의 각 항목을 계약서에서 찾아
"항목 | 해당 조항 번호 | 내용 요지 | 실무자 확인 포인트" 표로 정리해줘.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없으면 반드시 "조항 없음"이라고 표시하고, 지어내지 마.

[점검표]
1순위(거래 골격): 계약금액 / 계약기간 / 업무범위 / 대금 지급 시점과 조건
2순위(나중에 문제 되는 조항): 자동갱신과 갱신 거절 통지 기한 / 검수 절차와 간주 조항 /
지체상금 / 하자보수 기간 / 손해배상 범위와 상한 / 비밀유지 존속기간 / 해지 요건과
통지 방법 / 성과물 권리 귀속 / 분쟁 관할

표 아래에, 서명 전에 상대방에게 확인해야 할 질문 3개를 조항 근거와 함께 제시해줘.

[여기에 계약서 전문 붙여넣기]

하기 전에 확인할 것 두 가지

이 방식엔 프롬프트보다 먼저 챙길 전제가 있습니다.

첫째, 보안이에요. 실제 회사 계약서는 대부분 비밀유지 의무가 걸린 문서예요. 개인 계정 AI에 원문을 올리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재현 문서를 만들어 시연한 이유이기도 해요. 회사 정책을 먼저 확인하고, 올려야 한다면 회사명, 금액, 고유명사를 치환하는 게 안전합니다. ChatGPT는 업로드한 파일과 프롬프트를 수집하며, 설정에서 모델 학습 사용을 끄거나 임시 채팅을 쓸 수 있어요.

둘째, 이건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이 방식이 해주는 건 “내용 파악”과 “확인할 질문 정리”까지예요. 조항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고, 그건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AI 점검표는 전문가에게 물어볼 것을 추리는 도구로 쓰는 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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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시켜보고 남은 것

  • 놓치는 쪽은 AI가 아니라 나였어요. 요약엔 다 있었는데, 평평한 12개 절과 압축된 표를 훑다가 사람이 놓칩니다. 그래서 프롬프트의 일은 정보를 뽑는 게 아니라 내 눈이 갈 곳을 설계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 좋은 결과일수록 검증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점검표, 조항 번호 인용, “조항 없음” 강제. 이 세 가지가 응답을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것”으로 바꿔줬어요.
  • 2순위 점검표는 내 경험에서만 나옵니다. 어떤 조항에 데어봤는지는 사람마다 달라서, 이 목록을 채우는 순간부터가 자기 것이에요.

믿고 맡겨도 되는 부분: 조항을 찾아 정리하고 번호를 붙이는 일. 끝까지 사람 몫인 부분: 무엇을 점검할지 정하는 기준과, 원문 대조라는 마지막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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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참고: OpenAI 개인정보 처리방침 — 업로드한 파일과 프롬프트가 어떻게 수집·이용되는지, 학습 제외 설정의 근거

※ 본 글의 실험 캡처는 운영자가 직접 실행해 얻은 것이며, 시연에 쓴 계약서는 보안상 실제 문서 대신 전형적 조항 구성을 재현한 가상 문서입니다. 사실관계는 운영자가 검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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