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루틴을 AI에게 맡기면 흔히 걱정하는 건 “너무 빡센 계획을 짜주면 어쩌지”입니다. 제 경우 문제는 반대였습니다. 계획은 합리적이었는데, 제가 지킬 수 없는 형태였습니다.
결론부터
원칙 일곱 개를 정해서 ChatGPT에 던지고, 한 장짜리 루틴표 이미지까지 받았습니다. 표는 그럴듯했지만 두 군데가 어긋나 있었습니다. 하나는 주말이 통째로 빠진 것, 다른 하나는 제가 첨부한 운동 목록에 없던 종목이 요일마다 하나씩 늘어난 것이었습니다.
앞의 것은 제가 바로 발견했고, 뒤의 것은 원본과 한 줄씩 대조하고 나서야 보였습니다.
표로 받을 때 강합니다: 항목이 줄 단위로 남아 있어 원본과 대조가 됩니다.
이미지로 굳는 순간 약해집니다: 보기는 좋아지는데, 무엇이 더해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사라집니다.
이 글에서 확인한 것
| 항목 | 내용 |
|---|---|
| 사용 도구 | ChatGPT (텍스트 설계 + 이미지 생성) |
| 소요 시간 | 약 40분 |
| 주고받은 횟수 | 프롬프트 1회, 보완 지시 1회, 이미지 생성 1회 |
| 결과 | 매일 볼 루틴표 1장 확보, 대조에서 불일치 1건 발견 |
왜 루틴부터 만들었나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두고 있지만, 그 앞에 자기관리가 있다고 봤습니다. 돈 계획을 아무리 정교하게 세워도 매일의 시간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쌓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첫 작업을 투자 계획이 아니라 하루 루틴으로 잡았습니다.
혼자 적어보니 원칙 일곱 개까지는 금방 나왔습니다. 문제는 그걸 매일 볼 수 있는 한 장으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던진 프롬프트
다듬지 않은 원문 그대로입니다.
자기관리를 위한 나만의 루틴을 설계하자. 1. 우선 매일 점심시간 30분간 독서를 반드시 하고 무엇이 되었든 이를 매일 X post로 기록화해서 나와의 약속을 확인하는 절차로 만들고 2. 운동은 최소 주 3회 퇴근 후 유산소 + 웨이트를 통해 건강관리를 매일 약속 실행하고 3. 저녁은 건강하게 오후7시 이전에 식사를 마치고 4. 저녁에는 육아를 하며 아이들과 무조건 시간을 보낸다. 5. 육퇴 후 블로그 작업 및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 시간으로 최소 1시간 ~ 2시간 보내고 6. 수면시간은 아무리 늦어도 오후 11시 이전에 취침을 한다. 7. 오전 7시 이전에 기상 / 첨부 운동 캡처를 반영해서 한장으로 표현해줘
이미 만들어둔 주 3회 상체 운동표 캡처를 함께 붙였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요청했습니다. “이미지로 한 장 만들어줘 매일매일 보면서 체화시켜야겠어.”
첫 결과가 지킬 수 없는 표였던 이유
돌아온 표는 일곱 개 원칙을 일주일 내내 똑같이 적용한 형태였습니다. 월요일과 토요일이 같은 줄에 있었습니다.
제 일주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이들과 온전히 보내는 날이고, 미래를 위한 시간은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야 생깁니다. 평일 기준으로 짠 원칙을 주말에 그대로 얹으면 첫 주 토요일에 무너집니다.
그런데 이건 모델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제가 프롬프트에 “매일”이라고 일곱 번 가까이 썼습니다. 사람은 “원칙적으로는 매일”이라는 뜻으로 그 단어를 쓰지만, 모델은 문자 그대로 7일로 받습니다. 지시대로 만든 결과가 지킬 수 없는 표였던 겁니다.
고친 건 한 줄이었습니다
보완 지시는 짧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포함되어야 할게 있어 우선 1. 월화수목금 루틴으로 진행하고 토일은 온전히 가족을 위한 시간이고 육퇴 후에만 나의 미래투자 시간으로 적용
이 한 줄로 표가 갈라졌습니다. 왼쪽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시간표, 오른쪽에 주말 블록이 따로 생겼습니다. 미래를 위한 시간도 “육퇴 후”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하루 중 아무 데나 떠 있지 않게 됐습니다.
여기서 배운 게 이 글의 첫 번째 요점입니다. 하루짜리 계획에는 요일이라는 축이 없습니다. 나들이 계획은 그날만 넘기면 끝나니까요.
반복되는 것을 설계할 때만 이 함정이 생깁니다. 같은 도구로 아이와 놀이공원 당일치기 일정을 짰을 때는 겪지 않았던 문제입니다.
이미지로 뽑고 나서야 보인 것
표가 정리되고 나서 한 장짜리 이미지를 받았습니다. 매일 보면서 몸에 붙이려면 문서보다 이미지가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물은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갈 뻔했는데, 제가 처음에 첨부했던 운동표와 나란히 놓고 한 줄씩 맞춰봤습니다.


| 요일 | 원본에 없던 것 |
|---|---|
| 월 (등, 이두) | 랫플 오버헤드 익스텐션 |
| 수 (가슴, 삼두) | 푸쉬업 or 딥스 |
| 금 (어깨, 팔) | 트라이셉스 익스텐션 |
원본은 요일당 네 종목이었는데 이미지에서는 다섯 종목이 됐습니다. 요일마다 정확히 하나씩 늘었습니다.
특히 월요일이 문제였습니다. 등과 이두를 하는 날인데 삼두 운동이 붙었고, “랫플 오버헤드 익스텐션”이라는 이름의 종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랫풀다운과 오버헤드 익스텐션이 뒤섞인 형태로 보입니다.
OpenAI도 4o 이미지 생성을 공개하면서 한계 목록에 환각과 “작은 글씨가 빽빽한 정보”를 명시했습니다.
제 루틴표는 정확히 그 조건이었습니다. 표가 여러 개, 글씨는 작고, 항목은 많았습니다.
문제는 늘어난 것 자체가 아니라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텍스트 표였다면 줄 수가 다르니 바로 보입니다. 이미지가 되는 순간 그 대조가 불가능해집니다.
보기 좋아진 대가로 검증 가능성을 내준 셈입니다. 이미지 생성 프롬프트를 다루면서 구도와 금지 항목은 신경 써왔는데, 원본 데이터가 보존되는지는 확인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만든다면 이렇게 합니다
세 가지를 바꾸겠습니다.
첫째, 처음부터 요일 축을 줍니다. “매일”이 아니라 “평일 기준, 주말은 예외”라고 쓰면 보완 지시 한 번이 줄어듭니다.
둘째, 중의적인 단어는 뜻을 못 박습니다. 제가 쓴 “미래를 위한 투자 시간”에서 투자는 자기계발이라는 뜻이었는데, 결과물에서는 블로그 작업이 빠지고 다른 방향으로 해석돼 있었습니다. “블로그 작업과 공부 시간”이라고 썼으면 흔들리지 않았을 겁니다.
셋째, 이미지는 마지막에 뽑고 반드시 대조합니다. 텍스트 표를 먼저 확정하고, 이미지를 받은 뒤 항목 수를 세어 원본과 맞춰봅니다. 이번에는 운 좋게 눈에 띄었지만, 안 봤으면 존재하지 않는 운동을 몇 달간 하고 있었을 겁니다.
한계와 주의점
한 번의 사례입니다. 같은 프롬프트를 다시 돌리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항목이 늘어나는 현상이 항상 재현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운동 구성 자체도 제가 쓰던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 누구에게나 맞는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운동 계획은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지니 전문가 확인을 거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루틴표는 만든 시점이 아니라 지킨 기간으로 평가받는 물건입니다. 이 글은 만드는 과정까지의 기록이고, 실제로 얼마나 지켜졌는지는 몇 달 뒤에 다시 적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