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원격 작업: 밖에서 초안까지 끝내고 집에서는 올리기만 합니다

결론부터: 이건 쓰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냥 열면 검색창과 다를 게 없다는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이런 순간, 익숙하신가요?

  • 밖에 있을 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메모만 해두고 결국 안 본다
  • 집에 오면 이미 지쳐 있어서, 해야지 했던 일이 다음 주로 넘어간다
  • 하루에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얼마 안 되는데 그 시간이 늘 모자란다

저는 세 개 다였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봤습니다. 밖에 있는 동안 일을 시켜두고, 집에서는 마지막 단추만 채우는 쪽으로요.

밖에서 떠오른 생각은 대부분 버려집니다

먼저 상황부터 그려볼게요.

이동 중에 뭔가 하나가 걸립니다. 관심 있는 주제에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든지, 글로 쓰면 괜찮겠다 싶은 게 떠오른다든지요.

그때 할 수 있는 건 메모뿐입니다. 찾아보고 정리하고 초안을 만드는 건 전부 나중 일이고요. 그런데 그 나중이 오면 이미 관심이 식어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흘려보낸 주제가 꽤 많습니다.

문제는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가 떠오른 시점과 손을 쓸 수 있는 시점이 몇 시간씩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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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랑 똑같습니다

이 구조가 잘 안 그려지면 세탁기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나가면, 내가 없는 동안에도 빨래는 돌아갑니다. 내가 지켜본다고 더 빨리 되는 것도 아니고요. 대신 다 됐다고 세탁기가 옷을 개어서 서랍에 넣어주지는 않습니다. 꺼내서 널고 개는 건 결국 내 몫입니다.

원격으로 AI에게 일을 시키는 게 정확히 이 모양입니다.

지시를 넣는 순간 작업은 시작되고, 내가 이동하는 동안에도 계속 돌아갑니다. 그런데 나온 결과가 쓸 만한지 판단하고 실제로 쓰는 건 사람이 합니다. 그래서 이 방식으로 줄어드는 건 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일이 시작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밖에서 폰으로 넣은 화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제가 친 건 한 줄이고, 그 아래에 24초 동안 작업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폰 화면에서 한 줄짜리 지시를 넣은 뒤 24초 동안 작업했다고 표시된 대화 화면

밖에서 실제로 돌리는 일 4가지

제가 이 방식으로 굴리고 있는 건 이렇습니다.

하나. 걸린 주제를 찾아보게 하기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라온 이야기 중에 확인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 자리에서 찾아보라고 시킵니다. 제가 스크롤로 훑는 것보다 훨씬 넓게 봅니다.

둘. 개인 포스트 초안 만들기

찾아본 내용이 쓸 만하면 그대로 초안까지 이어서 시킵니다. 이동이 끝날 즈음이면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

셋. 블로그 초안 자동화

블로그 초안은 이미 반자동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주제와 조건만 넣으면 초안이 나오는 구조라 폰에서 주제 하나 넣어두면 끝입니다.

넷. 유튜브 대본 쓰기

영상 대본도 같은 방식입니다. 이건 특히 밖에서 시키기 좋았는데, 대본은 초안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네 가지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과물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어딘가에 조용히 쌓인다는 점입니다.

하루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흐름이 됩니다.

예전지금
밖에서 메모만 함밖에서 지시를 넣음
집에 와서 찾아보기부터 시작이동 중에 결과가 나와 있음
초안 쓰다가 지쳐서 중단밖에서 결과 확인하고 수정까지 마침
다음 주로 넘어감집에서는 게시만 함

핵심은 마지막 줄입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남아 있는 일이 “쓰기”가 아니라 “올리기”라는 것.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지친 상태에서도 올리는 건 할 수 있거든요.

실사용 후기 빈 화면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는 게 제일 큽니다. 시작 문턱이 낮아지니까 미루는 일이 확실히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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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가 계속 걸렸습니다

솔직히 적자면 늘 이렇게 잘 되지는 않습니다.

밖에서 새로 대화를 열어 시켰을 때, 결과가 영 엉뚱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같은 일을 집에서 시키면 잘 되는데 밖에서 시키면 안 되는 겁니다. 처음에는 폰이라서 그런가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물을 보니 그냥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요약해준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정해둔 방식은 하나도 안 들어가 있었고요.

왜 그런지 알고 나니 답이 나왔습니다

이 대목이 이 글에서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AI에게 매번 같은 설명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제 기준을 파일로 적어둡니다. 어떤 말투로 쓰는지, 뭘 하면 안 되는지, 어떤 순서로 작업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도구마다 이 파일의 이름이 정해져 있습니다. 코덱스(Codex, 오픈AI가 만든 코딩 전용 AI 도구)에서는 AGENTS.md, 클로드에서는 CLAUDE.md라고 부릅니다.

제 작업 폴더에는 이 두 파일이 실제로 이렇게 들어 있습니다.

작업 폴더에 AGENTS 파일과 CLAUDE 파일이 나란히 들어 있는 목록 화면

여기서 제가 착각한 게 있었습니다. 이 파일을 만들어두면 AI가 나를 기억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닙니다. AI가 나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작업할 폴더 안에 들어가서 그 파일을 읽는 겁니다. 코덱스 공식 문서에도 “어떤 작업이든 시작하기 전에 AGENTS.md를 읽는다”고 적혀 있고, 읽는 방식은 저장소 맨 위에서부터 작업 위치까지 내려오면서 파일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면 밖에서 새 대화를 열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답이 나옵니다.

AI는 아무 폴더에도 서 있지 않습니다. 읽을 파일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 기준이 하나도 반영이 안 됩니다. 폰이라서가 아니라, 서 있는 자리가 없어서였습니다.

비유하자면 단골 가게와 처음 가는 가게의 차이입니다. 단골집에서는 “늘 먹던 걸로”가 통하는데, 처음 가는 집에서는 그 말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주인이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그 말이 가리킬 기록이 없어서죠. 기준 파일이 그 기록입니다.

그래서 밖에서는 이렇게 나눕니다

원인을 알고 나니 나누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기준 파일이 있어야 되는 일빈손으로 시켜도 되는 일
블로그 초안 (형식과 금지사항이 많음)궁금한 것 찾아보기
코드 수정 (프로젝트 규칙이 있음)자료 모아서 분류하기
정해진 틀이 있는 대본아이디어 늘어놓기

왼쪽은 반드시 작업 폴더가 붙은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오른쪽은 어디서 열어도 상관없습니다.

이 구분만 해두면 밖에서 헛돌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한동안 “밖에서는 잘 안 되네” 하고 넘어갔는데, 안 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자리에서 시작하고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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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개인 기기에서만 합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갑니다.

저는 이 방식을 개인 기기에서만 씁니다. 회사에서 지급한 기기나 회사 네트워크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내 계정과 내 파일이 연결된 도구를 회사 자산에 물리면,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건 더 이상 개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몇 가지를 더 지킵니다.

  • 화면 잠금은 반드시 켜둡니다. 폰 하나에 작업 권한이 다 물려 있어서 분실이 곧 사고입니다
  • 사람 많은 곳에서는 결과 화면을 길게 안 봅니다. 어깨너머로 보이는 게 남의 이름이나 계정일 수 있어서요
  • 밖에서는 초안까지만 하고, 발행이나 설정 변경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건 앉아서 합니다

마지막 항목은 보안이라기보다 습관인데, 작은 화면에서는 결과를 제대로 훑어볼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건 있으면 좋은 기능이 아니라 안 쓸 이유가 없는 기능이었습니다.

하루에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사람일수록 그렇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릴 수는 없지만, 앉았을 때 남아 있는 일을 줄일 수는 있으니까요.

  • 밖에서 지시하면 줄어드는 건 작업 시간이 아니라 시작까지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 집에 왔을 때 남은 일이 “쓰기”가 아니라 “올리기”가 되면 하루가 달라집니다
  • 다만 그냥 새로 열면 검색해서 요약해주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AI가 나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폴더에 있는 파일을 읽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걸려 있을 때 진짜 강하고, 빈손으로 열면 검색창과 다를 게 없습니다. 처음 해보신다면 찾아보기처럼 기준이 필요 없는 일부터 하나 던져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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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참고: Custom instructions with AGENTS.md — 기준 파일을 어디에 두면 AI가 읽는지 오픈AI가 직접 정리한 문서

※ 본 글의 일부는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사실관계는 운영자가 검증했습니다.